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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and Food in Korea/Restaurants in Korea

고향에 가면 늘 먹던 냉면, '한양면옥' 방문 후기[강원도-속초]

juranus 2023. 8. 12. 11:19

속초에서 마지막 식사인 점심을 냉면으로 했습니다. 예전에 속초에서 유명했던 이조면옥이 있던 자리에 한양면옥이 오픈을 한 모양입니다. 제가 속초에서 냉면을 먹는 것이 거의 10년 만이라서 현지 상황은 잘 모릅니다. 원래 이곳에 있던 이조면옥은 다른 곳에 건물을 짓고 이전을 했습니다. 

 

📆 방문일: 2023년 8월 6일

 

음식점을 홍보하려는 목적이 아니며, 맛집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입맛과 취향에 따라 방문하고 먹어본 후기를 기록합니다.

 

속초 한양면옥

🟣 주소: 강원 속초시 동해대로3930번길 4 한양면옥

🟣 주차: 음식점 앞과 우측에 주차 가능 (붐비는 시간에는 주차 쉽지 않음)

🕒 영업 시간: 10:00 ~ 20:30

🌐 홈페이지 링크

 

http://www.xn--e42b76rzmap61c.kr/main

 

www.xn--e42b76rzmap61c.kr

 

 

 

 

면을 참 좋아하는 어머니와 손자

3박 4일이 정오의 바닷바람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벌써 수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고향집에 가면 누구나 그렇듯, 어머니는 아들, 손자, 며느리를 위한 각종 반찬, 과일, 쌀, 생선 등을 챙겨 주신다. 이번에는 더운 여름날에 직접 돼지뼈를 사다가 끓이신 감자탕까지 주셨다. 얼마 전에 감자탕을 끓여서 택배로 보내주셨는데 내 아들이 맛있다고 더 해달라고 할머니께 전화를 했다. 그런데 나의 아버지는 투덜투덜하셨다. 

"아니, 뜨거운 여름에 돼지뼈를 사다가 손질하고 만드는게 얼마나 고된데, 저걸 저렇게 하고 저녁에는 여기저기 아프다고..." (어머니가 감자탕을 만드는 동안 아버지에게 이것 저것 시켰을 것이다.😂)

 

일반 가정집에서 돼지뼈를 사다가 감자탕을 끓여 먹는 집이 얼마나 될까?

 

잠시 과거로...

하긴 나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내가 어릴 때 우리집은 그리 넉넉지 않았었다. 김도 집에서 기름을 한 장 한 장 바르며 직접 구워서 먹었다. 70~80년대는 명태와 오징어가 참 많이 나던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명태를 손질하고 나서 나온 명란과 창란을 나에게 들려주시고 공장에 가져다주고 돈을 받아오라는 심부름도 참 많이 했었던 기억이 있다. 

 

모든 것을 직접 다 만드셨던 우리들의 어머니의 모습일 것이다. 요즘은 세상 참 좋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우직하게 옛날에 하시던 그 방식으로 여전히 음식을 하고 계시다. 가져온 음식, 보내주신 음식 하나도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겠다. 아버지의 그 고통(?)도 함께 녹아 들어 있으니.

 

 

한양면옥 도착

한양면옥_01한양면옥_02

속초 조양동의 한양면옥이 있는 동네는 예전에 새마을이라고 불렀던 지역이다. 왜 그리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새마을이었다. 이조면옥이 있던 그 자리에 한양면옥이 들어서 있다. 건물은 약간의 보수작업을 한 것 같은데 예전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머니께 왜 이조면옥으로 안가냐고 물어보았는데, 거기 맛이 변했다고 하신다. 

그날 어머니의 입맛이 좀 특별했던 건 아닌지... 

 

12시쯤 도착을 했는데 주차장에 자리가 없었다. 가족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나는 10여분 정도 기다렸다 자리가 나서 주차를 하고 들어갔다. 

 

중앙에 현관으로 들어가면 왼쪽과 오른쪽으로 테이블이 갖추어져 있다. 신발은 벗고 들어간다. 손님이 많다.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였고 굉장히 분주했다. 건물 자체가 음식점을 고려해서 지어진 것이 아닌 듯하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식당으로 변경한 것으로 생각된다. 

 

붐비는 시간에는 손님들도 약간 정신이 없을 수준이다. 이 부분은 좀 아쉽다.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

 

 

냉면과 갈비탕

속초의 냉면은 그 뿌리는 함흥냉면일 것이다. 과거 피난민들이 내려와 아바이마을도 형성이 되었고, 내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속초에서는 그냥 냉면이었지, 물냉면, 비빔냉면, 이렇게 구분하지 않았었다. 

 

내가 학업을 위해 서울로 온 이후 냉면 메뉴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회사에 입사한 후, 회식을 위해 고깃집에 가면 나는 늘 비빔냉면을 시키고 차가운 육수를 따로 달라고 했었다. 명태회는 없지만 속초식으로 만들어서 먹곤 했다. 

 

냉면 가격은 11,000원이다. 갈비탕도 11,000원. 

역시 매운걸 아직 잘 못 먹는 아들을 위해 갈비탕을 주문하고 어른들은 모두 냉면을 시켰다. 

 

함흥냉면 국수

함흥냉면의 면은 원래 감자 전분을 넣어 만드는데, 북한에서는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모두 존재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는 감자전분 대신 고구마전분으로 국수를 만든다고 한다. 또한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남한에서는 비빔냉면이 함흥냉면으로 부각이 되었다고 한다. 

속초 냉면의 국수는 약간 검은빛을 띠고 있다. 음식점마다 다르겠지만 고구마전분으로 만들어서 그 면발이 쫄깃쫄깃하다. 

 

 

한양면옥_03한양면옥_04
한양면옥_05한양면옥_06

주문을 하면 뜨거운 육수를 먼저 준다. 딱 먹어보면 고깃국물에 조미료와 후추가 듬뿍 들어간 맛이다. 그래도 맛은 있다. 시원한 냉면을 먹기 전에 뜨거운 육수를 조금 맛보며 식욕을 돋우기에는 괜찮다.

 

나는 갈비탕을 그리 즐기지도 않지만, 냉면집에서는 절대 갈비탕을 먹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들의 위해 어쩔 수 없이 갈비탕을 시켜야만 했다. 사진에서도 딱 보면 느낌이 오듯이 냉면집에서는 갈비탕을 먹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한양면옥_07한양면옥_08

 

냉면은 내 기억 속에 있는 그 냉면 맛이었다. 사실 냉면이나 막국수들이 기본 세팅이 되어 나오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설탕, 식초, 겨자, 육수, 막국수는 들기름 등을 추가해서 맛을 내야 한다. 같은 냉면집에서 같은 냉면을 먹어도 본인이 어떻게 조미료를 추가했느냐에 따라 그 맛은 천차만별이다. 

 

나의 경우는,

설탕 두 스푼, 겨자 한 스푼, 식초 충분히, 육수는 국수의 절반이 좀 넘게 잠기도록 충분히 넣어서 비빈다. 

 

고명으로 올려진 명태회 자체가 감칠맛이 폭발하기 때문에 국물을 넉넉히 넣어서 명태회가 담고 있는 그 맛을 우려내면 더욱 맛있다. 그러나 명태회는 생각보다 달다. 고구마전분으로 만든 면과 달달한 양념과 명태회. 내 생각에 꽤 많은 탄수화물(당)을 섭취하게 될 듯하다. 그래도 가끔 별미로 먹는 것이니 그 정도는 넘어갈 만하다.

 

냉면을 다 먹고 나면,

남아 있는 국물은 다른 그릇에 따라 버리고 양념을 약간 남겨서, 거기에 뜨거운 육수를 반 컵 정도 부어서 마신다. 나만의 냉면 먹는 방법이다. 

 

한양면옥_09한양면옥_10

 

한양면옥 주변에는 카페들도 좀 있는 듯하다. 도로나 건물들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데, 그 건물 1층에 예전에는 없었던 업종이 들어서 있다. 

 

한양면옥에서 먹었던 냉면은 제 입맛에는 괜찮았다. 사실 어느 냉면집을 가도 큰 특별함은 없을 것이다.. 명태회와 양념이 다 비슷비슷하고, 결정적인 맛의 핵심은 각자 추가하는 설탕, 겨자, 식초, 그리고 육수의 양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pilog

세월이 가면서 부모님이 찾는 냉면집이 계속 바뀌네요. 예전에 낙천회관, 원산면옥, 능라도, 이조면옥 등등 갔었는데, 이번에는 한양면옥으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속초에서 마땅히 냉면집을 정하지 못하셨다면 이곳에서 드셔도 평균이상은 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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