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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Story/Work Place

니가 가긴 어딜 가! - GWP

juranus 2009. 8. 16. 17:49

지난주에 내가 특별히 생각하는 분과 단둘이서 저녁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그 분은 우리 회사에서 일하시고 있으며, 나보다 직급도 높으시고 내가 입사하던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분입니다.

 

2009년도 즈음에 회사에서 사내블로그가 활발하게 운영될 때 썼던 것들을 남기기 위해 개인 블로그에 다시 올립니다. 회사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은 삭제하고 기록을 남기고자 합니다.
당시에 저는 H/W 개발 엔지니어였습니다. 지금은 2023년이며 당시와는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노동법도 바뀌었고 사회적인 분위기 자체가 변해서 과거에 썼던 글들의 내용은 과거, 그 순간에 해당되며 현재와는 매우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가자

 

대화 중에 그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전에 인사팀의 어느 분께 들은 이야기인데, 리더는 자기가 데리고 있는 팀원 중에서 일 잘하고 똘똘한 직원들에게 그들이 원한다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주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자기의 팀원 중에 능력이 뛰어나고 열심히 일해서 본인의 프로젝트 수행에 많은 성과를 내어준 팀원을 다른 곳으로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다른 곳은, 회사의 지원을 받아 공부를 하는 학술연수, 해외유학, 지역전문가, 주재원, 또는 그의 능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는 다른 부서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 우수한 팀원을 떠나 보낸 후 리더의 팀은? 리더는?
그는 어떤 기분일까요? 일 잘하는 부하직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떠나보낸 그 리더의 팀은 전투력(?)이 번지점프 할 때처럼 바닥으로 고꾸라질까요?

일 잘하는 선배, 후배가 사라진 그 팀의 남아 있는 팀원들의 기분은 불만 가득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리더라면 난 나의 팀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잠시 내 과거로 돌아가 봅니다.
지도선배가 그렇게 멋있어 보였고, 입문교육받는 동안 우리 팀의 팀워크를 위해 열심히 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마치고 부서 배치를 받아서 나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당시 우리 부서장님이 부르더니 내가 좋은 점수로 지명이 되어 지도선배로 들어오라는 공문이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꼭 가야겠냐며 가지 말라고 나에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말 가고 싶었죠. 그 당시 그렇게 바쁘지도 않았고, 우리 회사는 한 사람이 잠시 없어진다고 해서 일이 진행이 안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지도선배로 갈 수 없었고, 지도선배를 하고 온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막연히 그때 고집을 피울걸... 하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입사 9년차가 된 지금까지 내 주변에서 그와 같은 일을 여러 번 목격을 해 왔습니다.

이제 좀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중심을 보다 좁혀서 그 우수한 인재를 자기의 부하직원으로 영원히 데리고 있고 싶어 하는 리더의 팀과 우수한 인재라고 할 수 있는 팀원의 더 큰 성장을 위해 기회를 주는 리더의 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보려고 합니다.

 

1. 우수한 인재를 자신의 부하직원으로 영원히 데리고 있고 싶은 리더의 팀

세상의 모든 리더라면 위의 작은 제목과 같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저도 그럴 것 같습니다. 만약 그 리더의 능력이 뛰어나고 회사의 경영진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승승장구하며 부장, 임원, 부사장, 사장까지 날아 오른다면, 그의 부하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을 하기 보다는, 아마도 그 리더에게 인정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그 리더의 팀은 끊임 없이 쏟아지는 프로젝트를 수행 하느라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 조차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원래 일 잘하는 녀석에게 일이 몰리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대기업에서 수많은 조직이 있고, 그 조직안에 또 많은 파트들이 있습니다. 무수한 파트의 리더들은 또 다른 파트의 리더와 경쟁을 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파트 리더들은 정체될 것이고, 그 경쟁에서 남보다 한발짝 더 나아가는 리더는 소수에 불과 할 것입니다.

리더들 끼리의 실적 경쟁은 일단 접겠습니다. 팀 내에서 뛰어나고 존경하고 싶은 선배가 있다고 해 보죠. 그는 일도 잘할 뿐아니라, 빠릅니다. 그리고 대인 관계도 좋으며 아는 것도 많고, 여기에서 그의 능력의 50%만 발휘해도 충분히 남들보다 뛰어납니다. 웬지 그는 다른 일과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그에게는 또 다른 어떤 일이 더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 그 선배에게 팀 내의 일 외에 다른 기회가 찾아 왔습니다.  그 선배는 그것을 하고 싶어 했고 상당한 고민을 하고 갈등을 하다가 결국 그 팀의 리더가 보내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그 팀에 남아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사내공모를 통해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퇴사하고 유학을 가거나, 아니면 다른 회사로 취직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좀 극단적인 경우이긴 합니다만, 비교하기 위해 과장을 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후배사원의 입장에서 그러한 선배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2. 우수한 인재의 능력을 더욱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리더의 팀

이건 결국 리더가 데리고 키워온 우수한 팀원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자기가 아끼는 부하직원에게 보다 넓은 세상에서 더 큰 일을 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리더가 회사에서 다른 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부하직원을 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당장은 팀의 경쟁력에 어느정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다른 대다수의 팀원들이 있고 직원은 계속해서 충원이 되니까, 금방 회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한 팀에서 많은 비중이 있었던 팀원 중 한 명이 퇴사를 해도 프로젝트 진행이 안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주 가끔 아쉬울 때가 있긴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아주 가끔입니다.


후배 사원의 입장에서 닮고 싶은 선배가 있습니다.
일도 잘하고 윗사람 아랫사람과의 관계도 좋고 자기 개발에 참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러한 선배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고, 팀의 리더는 팀원들에게 "이러이러한 기회가 와서 팀원 중에 A에게 그동안 열심히 했고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었다. 이번에 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왔고 A가 하고 싶어 하여 추천한다"라고 말을 해준다고 해 봅시다.

 

다른 후배 사원들도 A와 같이 맡은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를 끊이 없이 하면, 이러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해주며 모든 팀원과 함께 팀원 A의 도약의 기회를 축하해 주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상황.

이거 뭐,,, 영화?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내용인가요?

 

결국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1번의 리더는 자신의 대다수의 팀원을 버리고 소수의 우수한 팀원이 전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며, 그들이 없이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다고 착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절대로 일을 잘하는 팀원에게 그러한 기회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결국 그 팀의 우수한 인재는 더 재미있는 일을 위해 그 팀을 떠날 것이고, 남아있는 사람들조차 신임을 잃은 입장에서 프로젝트는 과연 어디로 갈까요? 산으로?

2번의 리더는 자기가 아끼는 탁월한 능력의 팀원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며 떠나 보내지만, 열정적인 다른 팀원들이 있기에 든든할 것입니다. 자신의 팀원 중에 한두 명 팀원이 부족해지는 것으로 인해 다른 팀원들의 일이 약간씩은 늘어나겠지만, 그 한두 명쯤 없다 해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할 것입니다. 또한 그 팀의 팀원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날아오른 선배를 기억하며 자신 또한 더 높은곳으로, 더 멀리 날아오르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마치... 소설을 쓰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음... 서글픈거지요...)

리더들이여!
당신의 팀원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지 당신으로 인해 팀원들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당신의 팀원들의 능력을 믿을 수 없다면 그것은 팀원들이 당신을 믿을 수 없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2023년에 다시 보며...

이상적인 말을 떠들었네요. 과연 저게 가능할까 싶습니다. 20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기 싶지 않은 광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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