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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Story/Work Place

후배들 밤세워 일하게 만들기

juranus 2009. 8. 15. 10:55

타이틀은 "후배들 밤새워 일하게 만들기"로 썼지만 매일 밤새우는 건 아닙니다.

여기에서 하고 싶은 말은
"어차피 일을 하는 거 내가 해 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 주자"는 것입니다.

2009년도 즈음에 회사에서 사내블로그가 활발하게 운영될 때 썼던 것들을 남기기 위해 개인 블로그에 다시 올립니다. 회사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은 삭제하고 기록을 남기고자 합니다.
당시에 저는 H/W 개발 엔지니어였습니다. 지금은 2023년이며 당시와는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노동법도 바뀌었고 사회적인 분위기 자체가 변해서 과거에 썼던 글들의 내용은 과거, 그 순간에 해당되며 현재와는 매우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work_hard

리더의 타입에 대해 딱 두가지로만 나누어 본다.

 

  1. 팀원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팀원들을 믿지 못하여 항상 자기가 챙기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리더.
  2. 팀원의 능력을 인정하며, 팀원을 믿고, 맡긴 일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간단한 상황만 파악하며 기다리는 리더.

제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 회사에는 상식적인 개발기간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늘 개발기간 단축을 해야 하며, 가끔은 불가능한 개발 일정을 세우고,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 주말도 없이, 수개월을 밤을 새우며 개발을 합니다.

 

불가능할 것 같고, 살인적인 일정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리더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려고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냥 깜깜하기만 할 뿐,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팀원들이 기분 좋게 밤새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리더의 모습으로 그 범위를 팍! 줄여 보겠습니다.
 
팀원이 열정적으로 일을 하게 하기 위해서, 리더 혹은 선배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해 나열해 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무슨 책에서 본것도 아니며 인터넷에서 읽은 것도 없습니다.

요즘은 리더쉽, 팀워크와 관련된 책을 일부러 안 봅니다. 그냥 나의 지금까지의 H/W 개발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바를 그게 전부인 양,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듯, 무식하게 타이핑하고 있습니다.

후배를 밤새워 일하게 만들기 위해 리더 혹은 선배가 지켜야 할 6대 덕목

1. 팀원들 각각의 역할(담당분야)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2. 팀원 개개인의 능력을 믿고, 적당한 시점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3. 팀원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 주어야 한다.
4. 팀원이 맡은 분야에서, 그가 도출해 낸 결과가 그대로 제품에 반영된다는 사실을 인식시킨다.
5. 팀원들과 대화를 할 때, 리더는 자신의 말투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 부드럽고 따뜻한 말투를 명심해라.
6. 회사 밖에서의 대화시간을 갖는다. (건전한 음주와 대화)

 

대충~ 이정도로 적을 수 있습니다.

1. 팀원들 각각의 역할(담당분야)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제 경험으로 볼 때, 4개의 일을 2명에게 할당하는 것과, 2명에게 2개씩 일을 분배할 때의 결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전자는 2명이 4개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나, 후자는 1명이 2개의 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일에 대한 책임의 소재가 명확해지고 각자 자기가 맡은 일이 자기의 것이라는 일에 대한 소유욕도 채울 수 있다.

work_hard_2

어느 쪽이 "이건 나의 일이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자부심과 책임감을 더 갖게 될까?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 ==>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밤새워 일한다.

2. 팀원 개개인의 능력을 믿고, 적당한 시점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저는 직장생활 하면서 이런 말도 들어보았다.
"전부다 초.등.학.생. 이예요~~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내가 일일이 하나하나 챙기지 않으면 일이 진행이 안 돼요!!!"
음... 솔직히 말해서 이런 말을 들으면 일하기 싫어집니다. 뭐 부하들이 미덥지 못하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것일 수도 있겠지만... 뭐... 그렇습니다...

 

저는 웬만하면 기다려줍니다. 전체적인 일정을 체크하고, 팀원 한 사람 때문에 전체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중간중간 상황체크만 간단히 하면서 그가 자신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기다려 줍니다. 이게 정말 어렵습니다. 차라리 내가 하면 하루면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3일, 4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정이 긴박하여 무작정 기다릴 수 없을 때는, 함께 밤을 샙니다. 단, 그 실험의 주체는 팀원이어야 하며, 나는 조수역할을 하며 그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체크하며 조언만 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을 때, 하이 파이브 한번 하고 끌어안아 주면 되는 것입니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와 이제 집에가자 라는 말도 함께 곁들이면 더욱 좋습니다...

 

그런데 이거 진짜 어렵습니다. 후배들이 실력을 키우고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것.
그러면서도 현재 진행중인 모델의 개발 일정을 준수해야 하는 것. 후배양성과 개발일정이라는 두 괴물 사이에서 늘 고민을 하게 됩니다.

3. 팀원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 주어야 한다.

어느 한 부분의 성능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Trade-Off 관계에 있는 부분이 간혹 나타납니다. 한 가지 성능을 개선하면 다른 부분이 악화됩니다. 이때 팀원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리더에게 달려옵니다. 상황을 보고 하고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죠.
이때, 잘해야 합니다.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가 실험을 제대로 안 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는 리더의 입장에서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Data 가 추가로 필요할 경우가 있습니다.

 

팀원이 실험 한 과정, 결과들에 대해 이해를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로 실험을 해 보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뭐는 해봤어? 그건 해봤어? 그것도 안해보고 더 이상 개선이 안된다고? 가서 실험 더 해!"
라고 말하면 아니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도 혈압이 오르고, 우리 후배들은 "확 뛰쳐나가서 소주 병나발을 불고 싶어 질 테니..."

추가로 해봐야 할 것이 있다면 그 실험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 해 주고, 그 결과를 취합해서 결정을 내리자라고 해서 어느 정도 끝이 보이도록 해 주고, 밤을 새우게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흘 밤낮을 걸어 금방 쓰러질 것 같아도, 멀리 목적지가 보이면 기적같이 힘이 솟아나지 않던가!!! 


우리 후배들은 가뿐하게 밤을 새워 일을 할 것입니다.

4. 팀원이 맡은 분야에서, 그가 도출해 낸 결과가 그대로 제품에 반영된다는 사실을 인식시킨다.

이거 매우 중요합니다. 당연히 그걸 알고 있으려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어찌 보면 두리뭉실하게 위에 했던 이야기와 비슷할 수 도 있지만, 자기 일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합니다. 저도 그랬고 제가 후배들에게 일을 맡기고 진행시켰을 때 그들의 태도가 달라짐을 보았습니다.

5. 팀원들과 대화를 할 때, 리더는 자신의 말투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

부드럽고 따뜻한 말투를 명심해야 합니다.

 

말.투.

"원래 나의 말투가 좀 퉁명스럽다. 그러니 너희들은 내 말투가 그러해도 이해하고, 괜히 오해하지 말아라."
라는 말이라도 팀원들에게 했다면 다행입니다. 
우리는 그저 "아! 저 사람은 화가 나지 않아도 말투가 원래 저렇게 신경질적이고 툭툭 쏘아붙이는 건가 보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라는 인식을 하기까지, 우리들은, 팀원들은, 후배들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을 것이며, 선배를, 리더를, 뒤에서 씹어 댈 것인지 생각해 봅시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말을 하면서도 카. 리. 스. 마. 있게 말을 합시다~ (좀 어려운가요?)

6. 회사 밖에서의 대화시간을 갖는다. (건전한 음주와 대화)

우리는 앞에 나가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한 울렁증(?)을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회식이 될 수도 있고, 일부 팀원들과의 식사와 음주를 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회식도 없어진 듯하고, 실제 모든 팀원들이 모처럼 6시 전에 퇴근해서 시끌벅적 이야기 꽃을 피우며 건배를 외쳐본 게 언제인지 가물 가물 합니다.

 

저는  H/W 개발의 한 부분을 맡고 있으며, 소수의 인원이 할당되어 있기 때문에, 제가 데리고 일을 하는 팀원들과 가능하면 한 달에 한번 이상 저녁식사를 하고 일과 관련한 대화를 적당한 음주와 함께 나누려고 하는 편입니다. 뭐... 이거 너무 자주 하면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어집니다. 술은 적당히 마시고 가능하면 대화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그들의 솔직한 불만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내가 고쳐야 할 부분도 이야기하고, 내가 그들에게 아쉬운 부분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팀의 숨겨져 있는 문제들, 팀 내의 다른 사람들(후배들)이 말하지 않는 불만사항들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의사항이 있다. 음주가 과할 경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대략 낭패입니다!!!

그러나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우리가 함께 잔을 부딪히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들도 이야기했고,
나도 이야기했다
는 사실이 들어 있을 거라는 기대는 버리지 말자. 

 

2023년에 다시 보며...

이렇게 과거에 썼던 글을 다시 보니 현재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반성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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