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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Story/Work Place

경청해야 한다 - Carefull Listening

juranus 2009. 6. 14. 20:23

GWP 카테고리에 갑자기 경청이란 주제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2009년도 즈음에 회사에서 사내블로그가 활발하게 운영될 때 썼던 것들을 남기기 위해 개인 블로그에 다시 올립니다. 회사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은 삭제하고 기록을 남기고자 합니다.
당시에 저는 H/W 개발 엔지니어였습니다. 지금은 2023년이며 당시와는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노동법도 바뀌었고 사회적인 분위기 자체가 변해서 과거에 썼던 글들의 내용은 과거, 그 순간에 해당되며 현재와는 매우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고향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고, 오랜만에 고등학교 반창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친구 중에 정형외과를 전공하고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녀석이 있는데 재미있는 일이 있었고, 나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경청_01

 

내 나이 서른여섯, 그날 모였던 친구들 중에 미혼은 나와 철수(가명)라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철수가 나에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와 내가 찾고 있는 여성상에 대해 물음을 던졌습니다. 뭐... 이 나이에 결혼을 아직 하지 않았고, 교제하는 여자가 없다는 게 이상할 수 도 있겠지만, 바쁜 직장생활과 여자를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그렇게 된걸... 

나는 대충 이런저런 답을 해주었고, 철수는 내 대답에 만족해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의사친구가 한마디를 했습니다.


"아직 애인이 없는 이유 하나만 더 말해봐... 딱 하나만 더 들어보면 알 거 같다."


그래서 뭐... 마음 깊이 있던 이야기 하나를 꺼내 들려주었습니다. 정형외과 의사친구는 흠... 잠시 생각을 하는 척하더니,
"딱 하나만 더 이야기해봐..."

그래서 나는 한 가지 더 꺼내서 들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정형외과 의사친구 녀석 하는 말이...
"너 지금 너무 지쳤다. 에너지가 바닥이 났어. 그게 문제야."
헐... 이 친구는 무슨 근거로 어떻게 나를 판단하고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당시 저는 몹시 지쳐있었습니다. 건강도 좀 안 좋아서 대학병원과 한의원을 번갈아 다니는 중이었구요. 조금씩 회복하고 있기는 했지만...



경청_02

 

그래서 나는 정형외과 의사친구 녀석에게,
"너... 신기하다... 네놈이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하냐? 어떻게 알 수 있었냐?"
고 물어보니 이 녀석 하는 말이 저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자기가 하루에 병원에서 100명 이상의 환자들의 진찰을 한다고 합니다.
그 환자들 진찰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자기는 환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주의 깊게 들어주다 보면 이 환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환자에 따라서 진찰 상담이 30초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1시간, 어떤 땐 2시간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1시간 이상 환자와 무슨 이야기를 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정형외과 의사 녀석 하는 말...
"2시간 동안 계속 환자가 이야기하는 거 들어줘~"
그 이유는 그 환자가 그걸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무슨 정형외과 의사가 환자의 넋두리를 2시간 동안 들어주나'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 환자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정형외과 의사 친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재빨리 알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이건 내 생각이다......)

경청_03

 

그렇습니다...
저도 요즘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 속으로 계속 스스로에게 속삭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 조금 참고 들어주자. 상대가 맘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맞장구치며 잘 들어주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나는 나의 직장에서도 실천을 하고자 합니다. 저 역시도 내 분야에서 수년간 일을 했기 때문에, 그만큼 경력이 쌓였고 후배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버릇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그들의 생각이 어떤지...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을 해주자...
H/W 엔지니어로서, 내 후배들이 제품 개발과 문제 해결에 있어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중간에 그들의 말을 끊지 말자. 그들의 생각과 주장을 충분히 들어주자.

 

이것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아주 중요한 것들을 그들이 말해 줄 것이다."

 

2023년에 다시 보며...

14년 전에 생각하고 다짐했던 것을 저는 여전히 잘 지키고 있을까?라고 자문을 해 보았습니다. 그렇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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