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인 속초에 가면 막국수를 한 번은 먹게 됩니다. 저도 좋아하지만 제 아이도 좋아하고 부모님도 좋아하시기 때문이죠. 원래는 백촌막국수를 가보고 싶었는데, 월요일은 휴무라서 교암막국수에 갔습니다.
📆 방문일: 2025년 1월 13일
음식점을 홍보하려는 목적이 아니며, 맛집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입맛과 취향에 따라 방문하고 먹어본 후기를 기록합니다.
목차
강원도 고성에 있는 교암막국수
🟣 주소: 강원 고성군 토성면 교암1길 42
🟣 주차: 무료
🕒 영업 시간: 10:00 ~ 17:30 (라스트 오더 17:00) 목요일은 정기 휴
점심은 막국수를 먹자
사실 오늘은 엄마의 79번째 생일이었다.
억척스럽다.
나의 어머니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다. 7년 전에 췌장에 문제가 생겼고 주변 장기까지 염증이 퍼졌었다. 췌장은 다 잘라냈고 염증이 퍼진 장기들 또한 제거하는 큰 수술을 받으셨다. 췌장이 없기 때문에 1형 당뇨병 환자와 같은 삶을 살고 계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손에서 놓지 않으신다.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엄마, 일 좀 그만 하세요. 그렇게 아프시면서 왜 그러세요? 이제는 쉬면서 편하게 지내도 되잖아요!"
"내가 안 그러면 죽어!"
나의 형이자 어머니의 큰아들이 먼저 하늘로 간 지 20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미의 가슴에서는 여전히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가보다.
어제 아버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새벽 두 시까지 하게 되었다.
"네 엄마가 저렇게 일을 하게 된 것이, XX가 죽고 나서부터야. 자꾸 생각이 나니까 저렇게 하루 종일 일을 하기 시작했어. 그게 습관이 되어버린것 같다."
얼마나 일을 많이 했는지 손목이 아파서 힘을 못쓰시고 손가락의 마디는 관절염으로 굵어져서 통증이 있을텐데 그 일을 멈추지 않으신다.
자식으로서 그런 어미를 보면 나의 가슴 또한 미어진다.
일 년에 세 번에서 네 번 정도 가는 나의 집이다. 갈 때 마다 어머니는 냉동실에서 이것 저것 잔뜩 꺼내주신다.
멸치 볶음, 고구마 줄기 무침, 고추튀김, 꽈리고추, 김치, 젓갈 등등
또한 감자탕과 추어탕을 집에서 손수 끓여서 냉동실에 얼려두셨다가 내가 집에 가면 가져가라고 주신다. 이번에는 영계 백숙을 해서 냉동을 해두셨다.
나는 나의 어미가 불편한 몸으로 그렇게 일하시는 것이 싫어서 이렇게 말한다.
"엄마, 조금만 해. 그건 하지 마. 나 안먹어. 억지로 먹느라 힘들어."
후회한다.
그렇게 말을 할 때, 그 말을 듣고 계셨던 어미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
성치 않은 몸에 내년이면 팔십이되는 나의 어머니가 몇 년이나 더 사실 수 있을까?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자식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서로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이 너무나 맛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되면 어머니가 해주셨던 음식이 생각이 나서 자주 울 것만 같다. 그렇지만 아픈 몸으로 그렇게 일을 하시는 것이 싫다. 안 먹어도 되니 이제는 일을 좀 그만 하고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이번 설에 집에 가면 엄마의 마음이 아플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설령 엄마를 위해 하는 말이라고 할 지라도.
교암 막국수
원래 백촌막국수를 가려고 했었다. 월요일이 정기 휴무인지도 모르고 가게 앞 까지 갔다가 차를 돌려서 나왔다. 바로 휴대폰으로 가장 가까운 막국수 집을 찾았고, 그래서 간 곳이 교암막국수였다.
가게 주변으로 주차장이 잘 갖추어져 있다. 주말이나 연휴에는 주차장이 모자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주변에 공터가 제법 있어서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
메뉴는 아주 간단하다. 막국수, 들깨막국수, 그리고 수육.
추가 반찬 코너가 있다. 음식이 나올 때 마늘과 쌈장은 주지 않는데 추가반찬코너에 가면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온육수가 있다. 메밀을 삶은 국물을 주는 곳도 있지만 이곳은 고기를 삶은 육수를 준다. 속초의 냉면집에 가면 주는 육수와 같은 맛이었다. 물론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도 좀 들어갔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겨울에 막국수를 먹기 전에 따뜻한 온육수를 마시는 것은 좋았다.
막국수가 나왔다. 속초의 냉면도 그렇지만 비빔이나 물의 구분이 없다. 육수나 동치미 국물을 많이 넣으면 물막국수가 되고 적게 넣고 비비면 비빔막국수가 된다. 속초의 함흥식 냉면도 마찬가지이다.
빠알간 명태회는 추가반찬코너에는 없고, 1회에 한해 주방에서 리필을 해준다. 새콤달콤 맛있다.
수육은 "중"을 시켰다. 어른 4 명에 아이 한 명이 막국수를 먹으며 곁들이기에 적당한 양이었다.
나는 들깨막국수를 시켰다. 궁금했다.
들깨막국수는 테이블에 있는 양념을 넣지 말고 그냥 먹으라고 했다.
맛을 보았다.
들깨향이 풍부했고 살짝 달콤한 맛이 났다. 그리고 나의 혀가 분석한 바로는 콩가루도 살짝 들어가지 않았을까 한다. 별미로 한번쯤은 먹어볼 만 하다. 다시 교암막국수를 찾는다면 나는 일반 막국수를 먹을 것이다. 왜냐하면 들깨막국수는 가끔 먹는 별미 메뉴이니까.
월요일이라 그런지 점심시간에 식당은 한산했고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Epilog
우리 가족은 맛있게 먹었습니다. 강원도에는 막국수를 파는 음식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대부분 기본은 하니 크게 실망하지는 않을것입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 공감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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