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산북막국수를 다녀왔습니다. 속초에서도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사실 저는 작년 추석 때 처음으로 가보긴 했었는데, 그 때는 비도 왔고 한시간 가까이 기다렸다가 허겁지겁 먹어서 사진을 찍을 겨를이 없었네요. 설 연휴 전에 미리 집에 왔고 부모님과 함께 다시 다녀왔습니다. 제 부모님은 다녀보신 막국수집 중 최고라고 하시네요.
📆 방문일: 2025년 1월 26일
음식점을 홍보하려는 목적이 아니며, 맛집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입맛과 취향에 따라 방문하고 먹어본 후기를 기록합니다.
목차
강원도 고성 산골짜기에 있는 산북막국수
🟣 주소: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산북길 16
🟣 주차: 무료
🕒 영업 시간: 11:00 ~ 18:30 (라스트 오더 18:00)
점심은 외식이다.
2 주 전, 어머니 생신 때 갔었던 교암막국수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때는 말씀을 안하셨는데 오늘 슬쩍 말씀을 하셨다. 당신에겐 별로였다고...
그래서 오늘은 두 분 모두 좋아하시는 산북막국수에 가기로 했다.
고성군 거진읍 산북리에 있는데, 속초 집에서 차로 약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곳에 있다. 그래서 여든이 넘으신 아버지가 직접 운전을 해서 가시기에는 무리다.
나는 작년 추석 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셔서 처음 가보긴 했었다. 그 날은 비가 내렸었고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다. 부모님, 나의 아내와 아들, 내 동생 내외와 두 명의 조카가 함께 갔기 때문에 사실 나는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 때 맛보았던 막국수가 어땠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오늘은 1월 26일이고 일요일이다. 긴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의 주말이다.
'설마 오늘도 손님들이 그리 많을까?'
나의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손님이 별로 없었으면 좋게다는 생각을 하며 출발했다.
한참을 달렸다.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에서 산북리로 들어가기 위해 교차로에 정차를 했다. 나의 앞에는 세 대의 차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왼쪽 화살표에 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저 사람들 모두 산북막국수로 가는건 아니겠지?'
괜한 생각을 한다.
좌회전 신호가 떨어지고 나는 다시 출발했다.
네비게이션 화면의 남은 거리를 보니 4.9km가 찍혀있다.
'아니 이렇게 많이 들어가야 했었나?'
두 번째 방문하는 것인데 첫 방문의 기억이 모두 지워져 있었다. 왕복 2차선의 지방도로를 타고 한참을 갔다. 산북막국수가 보였고 우회전을 해서 올라갔다. 그리고 나의 눈은 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이 차들로 가득했다. 외부에는 사람들도 20여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렇다.
내심 오면서
'이런 산골에 있는 막국수집에, 설마 오늘도 사람이 그렇게 많이 찾을까?'
라는 생각을 놓지 못했었다.
내 동생은 주차를 하자마자 음식점 문을 열고 대기자 판에 나의 이름과 6이라는 숫자를 적었다. 이미 한 번 와 보았었기에 이곳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다. 2025년 1월의 속초는 예년보다 춥다. 원래 속초는 겨울에는 따뜻한 곳인데 이번 겨울은 수원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휴대폰의 날씨 정보를 보아도 기온이 수원보다 속초가 더 낮다. 부모님과 아이들은 차 안에 있도록 하고 나는 식당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추운 겨울이라 웅크린 채 앉아있는 고양이를 보았고, 토종닭들도 보았다. 산북막국수는 막국수 외에 백숙과 닭도리탕도 한다. 그래서 한쪽에 토종닭 우리가 있나보다.
한 삼십분 쯤 지났을까? 나의 이름을 부른다. 우리는 적당히 배고픔을 느끼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순메밀국수, 메밀막국수, 들깨메밀칼국수, 그리고 수육
나와 내 동생은 순메밀국수, 부모님은 메밀막국수, 아이들은 들깨메밀칼국수를 주문했다. 그리고 수육 大 하나.
나는 메밀가루 100%로 뽑은 순메밀국수를 더 좋아한다. 부모님은 쫄깃한 면발이 더 좋다고 하시면서 메밀막국수를 선택하셨다. 주문을 하고 잠시 후에 반찬들로 상차림을 해 준다.
상차림도 다른 막국수집과 크게 다를바 없는것 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다르다. 맛이.
백김치도 좋았지만 나는 빨간 김치가 너무나 맛있었다. 수육과 함께 먹으라고 내어 온 배추도 달고 맛있었다. 쌈장도 맛있었다. 얼핏 생각해 보면 막국수의 맛 보다 김치와 쌈장의 맛이 더 인상깊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막국수야 당연히 맛있을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치와 쌈잠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선물과 같았다. 매우 간단한 이치이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망각하거나 게을러서 하지 못하는 것이다. 디테일까지 정성을 다해서 감동을 준다는 것. AI가 탑재된 전자제품이건 음식이건 간에 중요한 것은 "감동"을 주는 것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소소하게 자주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디테일이 아닐까 한다.
수육이 먼저 나왔다. 2주 전에 방문했었던 음식점과 비교가 된다. 플레이팅과 고기의 삶은 상태에서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나온 수육은 다소 비계가 많은 부분이 나오긴 했지만 맛있게 먹었다.
수육을 어느정도 먹고 나니 순메밀국수가 먼저 나왔고, 그 다음으로 메밀막국수가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깨메밀칼국수가 나왔다. 산북막국수는 메밀을 직접 방앗간에서 빻아서 가루를 만들고 반죽과 면을 뽑는 것을 직접 한다고 한다. 게다가 막국수는 주문을 받으면 반죽을 하고 면을 뽑아 삶는다고 하니 음식이 나오기까지 꽤나 오래 기다려야 한다.
우리의 경우 산북막국수 주차장에 도착한 후 약 1시간 후에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동치미 국물이다. 아마도 비트를 함께 넣어서 핑크색을 뽑아내지 않았을까 싶다.
순메밀국수다. 어머니께서 주문한 밀가루가 섞인 막국수도 먹어보았는데 나는 역시 순메밀이 더 좋다.
나의 취향대로 동치미국물을 이 정도 넣고 테이블에 있는 양념을 추가했다. 설탕, 식초, 들기름, 겨자, 추가 양념까지.
속초의 막국수나 냉면은 테이블에 있는 추가 양념을 본인의 기호에 맞게 적당히 추가해서 맛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집에서 같은 메뉴를 먹었다 하더라도 마지막에 본인이 추가한 양념의 정도에 따라 그 맛은 천차만별이다.
왼쪽 사진은 양념을 추가한 상태이고 오른족은 잘 비빈 후이다. 비주얼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 맛은 기똥차다.
부모님이 주문했던 메밀막국수이다. 겉으로 봐서는 순메밀면과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입이 조금넣어 씹어 보면 확연히 다르다. 텍스쳐와 맛 모두 다르다.
추운 겨울날 아이들의 속을 따뜻하게 해 줄 들깨메밀칼국수이다. 면은 메밀을 반죽에 넣어 만든 칼국수이고 국물은 그야말로 들깨향 가득한 진국이다.
추가 반찬 코너에 백김치와 김치가 있는데, 미리 썰어두지 않아서 손님이 직접 잘라서 가져가야 한다. 어느 한 손님이 왜 포기김치가 들어있냐고 물었다. 미리 썰어두면 맛이나 모양이 망가져서 포기로 넣어두었다고 답을 했다. 나는 저 김치를 두 번이나 더 가져다 먹었다
인상깊었던 분이다. 가게가 크지는 않지만 4인 테이블이 대략 16개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이 홀을 혼자서 서빙을 하신다.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또박또박 말씀을 하신다. 테이블을 치우고, 음식을 가져오고, 손님들의 질문에 답을 하시는데 "일을 참 잘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국수를 먹으러 갔던 곳이었지만, 김치와 쌈장이 의외의 선물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침착하고 능숙하게 일을 잘 하시는 분이 참 인상깊었다.
Epilog
이미 유명해 진 음식점 같지만, 더 유명해지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 공감 부탁합니다.
'Trip and Food in Korea > Restaurants in K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원 고성군 교암막국수 방문 후기 막국수, 들깨막국수 (1) | 2025.01.19 |
---|---|
44번 국도 속초 방향에 있는 팜파스 휴게소 [강원-홍천] (5) | 2024.09.01 |
강릉 커피커퍼, Coffee Cupper, 커피박물관 왕산지점 방문 후기 (0) | 2024.02.12 |
고향에 가면 늘 먹던 냉면, '한양면옥' 방문 후기[강원도-속초] (2) | 2023.08.12 |
속초 대포항 물회 전문점 '대포전복양푼물회' 후기[강원도-속초] (2) | 2023.08.11 |
인제에서 맛본 막국수, 옛날원대막국수 [강원도-인제] (14) | 2023.08.06 |
[경기-장호원] 다미원 (청국장, 능이백숙, 손두부) (0) | 2015.05.06 |
[속초/노학동] 풍년 메밀막국수 (0) | 2013.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