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태국, 갑자기 떠난 휴가
Hyatt Regency Phuket
5월 31일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왔다.
푸켓에 대해 공부도 하지 않았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담아 올 것인지 고민도 없었다.
여행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인건지
이번 출국은 다른 어느때의 출국보다 설레임이 덜 하였다.
휴대폰에서 구글맵을 실행시키고
푸켓을 찾아보고 나서야
섬이 꽤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Hyatt Regency Phuket Resort 이고
위치는 Kamala 비치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다.
습관처럼 비행기에서 나오면
마치 경보 선수처럼 빠른 걸음으로 사람들을 추월하며
입국 심사장으로 간다.
푸켓에 도착하니 에어아시아가 가장 먼저 환영인사를 해 주고 있다.
뛰다 시피 하며
입국장에 도착을 했지만
우리 앞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리고 5분정도 지나자 우리 뒤로 사진에 보이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탈 차는 아니다.
태국 자유여행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몇개 있다.
그 중 우리는 약간 더 체계가 잡혀 있다고 생각되는
몽X트래블 이라는 업체가 제공하는
공항 픽업 서비스를 이용했다.
공항 → 호텔까지 900바트
Club Deluxe King
어느 나라의 호텔이나 에어컨 소리는 참으로 웅장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잠은 잘 잔다.
인테리어나 가구, 소품들은 모던한 느낌이었고
부족하거나 넘치는 것 없는 딱 그 정도 방이었던 것 같다.
침실 뒤편으로 샤워실과 화장실이 가운데에 있는
세면대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사진 아래에 욕조가 있는데
5박을 하는 동안 사용한 적은 없는 듯 하다.
렌즈를 16-35mm로 바꾸었나보다.
화각이 좀 넓어진건가?
사실 그전까지는
호텔 방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게
짐을 풀기 전에 사진부터 찍었다.
호텔 정보를 인터넷에 공유하려고
방은 모양은 이렇고 어메니티는 무엇이 있고
등등등
이날은 살짝 고민을 하다가
일단 몇장만 찍어 보자.
Hyatt Regency Phuket Resort
의
Club Deluxe King
은
이렇습니다.
호텔 앞으로 2차선 도로가 지나간다.
도로를 건너면 이런 해변을 만나게 된다.
인터넷이나 광고 등에서 보게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양지를 상상할때
떠오르는 그런 비치는 아니다.
하야트 리젠시 푸켓의 메인풀은 꽤 크다.
도착한 다음날 아침을 먹고 나서
메인풀에 내려와 책도 읽고
달달한 동남아 스타일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한껏 휴가를 즐기고자 했으나
"우르릉 쾅쾅"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바람은 어찌나 세게 몰아치는지...
사진은 PC에서 보정을 해서 좀 밝게 나왔지만
먹구름이 가득하고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직원들은 Pool Bar 바깥쪽으로 가림막을 능숙한 솜씨로 내렸다.
처음엔 저게 뭔가 했었다.
어쩔 수 없이 Pool Bar로 피신을 했고
방에 들어가긴 싫고
점심 겸 간단히 요기를 할 것을 주문했다.
언제 어디서나 배신을 하지 않는 깔라마리 튀김
맥주 안주로 이만한게 없다.
태국에 왔으니 똠양꿍도 먹어줘야겠고...
건강과 몸매를 생각해서 파파야샐러드도 한접시 추가
이렇게 세가지 요리와 맥주 한잔
굵은 빗방울이 바람을 타고 가림막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가운데
Pool Bar 스피커로 흘러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비가 완전히 그치진 않았지만
바람도 잦아들었고 든든히 배도 채웠겠다
비를 맞으며 풀에서 수영을 하니 웬지 센티멘탈한 기분 마저 든다.
Hyatt Regency Phuket Resort
의
Club Lounge에는 사진처럼 좁긴 하지만 기다란 Pool이 있다.
뭐... 독특한 모양의 선베드 또는 비치베드라고 하는 것들이
죽 늘어서 자리하고 있지만
그늘이 필요한 한국 사람에게는
그늘을 만들어 줄 파라솔 조차 없는 선베드는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5박을 하던 어느 저녁 한끼는
리조트에 있는 Sunset Grill에서 해결했다.
이날 석양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DSLR을 가져가지 않고
X100을 가져갔다.
좀 무겁고 거추장스럽더라도 오두막을 가져올껄 하는 생각 0.8초
그냥 X100으로 몇장 담는다.
뭐... 제법...
일단 후보정을 고려한 적당한 노출 세팅을 하고
찰칵 찰칵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태양이 수평선과 조금 더 가까워지니
하늘은
여러가지 빛을 만들어 내고
구름은 춤을 추며 빛을 즐기며 강렬한 명암을 만들어 낸다.
푸켓의 일몰에 감탄을 하는 동안
어느새 주문한 스테이크와 랍스터가 나왔다.
와인은
기내 면세점에서
나파 벨리의
끌로 뒤 발 샤도네 리저브
[ Clos Du Val, Chardonnay Reserve ]
를 사갔다.
코키지 차지로 얼마였드라?
300바트였던가?
향긋한 와인과
로맨틱한 하늘과 바다
프로처럼 서비스하는 멋진 레스토랑
그리고 혀의 미각세포가 행복해 지는 음식
시끄럽지 않게 적당한 볼륨으로 귀까지 즐겁게 해 주는 음악
이것이 바로 휴양지로 휴가를 떠나는 이유.
눈, 코, 입, 귀가 모두
호강을 한 디너였다.
나는 남자 치고 양이 적은 편이라
한국에서 어디든 부페에 가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휴가를 가던, 출장을 가던,
호텔에서 먹는 아침 식사는 언제나 부페
어디를 가던 나의 아침 식사는 거의 비슷하다.
Sunnyside 달걀 후라이
구운 야채와 연어, 그리고 약간의 탄수화물 섭취를 위한 밥이나 면
후추를 무지무지 좋아하니까
이렇게 먹으면 아침 식사 끄읕
이건 또 다른 어느날 아침의 식사
오늘은 날씨가 좋다.
작렬하는 태양빛
뜨겁다.
우리 방에서 메인풀까지 걸어가며 사진을 몇장 찍는다.
Hyatt Regency Phuket Resort는
비교적 경사가 있는 비탈에 층층이 지어져 있다.
대부분의 투숙객들은 버기를 불러서 이동을 한다.
메인 풀 위쪽에 인공적으로 만든 작은 연못이 있는데
흰색, 자주색 연꽃이 이쁘게 피어 있다.
사진을 찍으려 할 때 바람이 제법 있었다.
꽃이 흔들려서 숨을 멈추고 꽤 오래 기다리다
셔터를 눌렀는데
바람은 그 틈을 주지 않았다.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순간
바람은 꽃을 흔들어 놓았는데
오히려 더 맘에 드는 사진이 나온 듯 하다.
여행은
이 사진처럼
예측하지 못했던 것들로부터
감동을 받는 것이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쨍한 사진을 얻었겠지만
원하지 않았던 바람 덕분에
물감이 번진 듯한
몽롱한 자주빛 연꽃 사진을 얻게 되었다.
삶이
우리가 원한다고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원하지 않았지만 뜻밖의 횡재를 하게 되듯이
여행 또한
욕심부리지 말고
일정 중간 중간에
여백을 넣어두자.
그러면
생각지 못했던
감동을 가슴에 담아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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