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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and Food in Korea/Trips in Korea

과거로의 여행, 박인환문학관 방문 후기[강원도-인제]

juranus 2023. 8. 9. 09:02

인제에서 가 볼 만한 곳을 검색해 보았고, 인제읍에 시인 박인환 님의 문학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뜨거운 여름이라 야외 활동은 무리이기 때문에, 실내에서 아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도 성인인 저도 인상 깊었던 경험이었습니다. 

 

📆 방문일: 2023년 8월 3일

 

사진을 촬영하는 데 사용되는 장비는 Canon 5D Mark2, Fujifilm X-100, GalaxyS23 Ultra 3종이며, 사진에 따로 명시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진은 후보정하였습니다.

 

박인환문학관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156번길 50

🟣 주차: 무료이며 여유롭습니다.

🎫 관람요금: 무료

🕒 운영 시간: 09:30 ~ 18:30 (입장 마감 17:30)

🌐 홈페이지 링크

 

박인환문학관

관람시간 09:30 ~ 18:00 (입장마감 17:30) 휴관일 1월1일 설날·추석당일 매주 월요일 입장료 무료 주소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 156번길 50 문의 : 033-462-2086 더보기 +

parkinhwan.or.kr

 

 

 

 

목마와 숙녀

는 박인환 시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배웠던 듯한데, 이번 기회에 박인환 님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자작나무숲 근처에 있는 옛날원대막국수집에서 막국수를 먹고 나서, 우리는 박인환문학관을 향해 출발을 했다.

 

2023.08.06 - [Trip and Food in Korea/Restaurants in Korea] - 인제에서 맛본 막국수, 옛날원대막국수 [강원도-인제]

 

인제에서 맛 본 막국수, 옛날원대막국수 [강원도-인제]

속초 가는 길에 들렀던 옛날원대막국수에 대해 올립니다. 강원도 인제의 자작나무숲 근처에 있는 음식점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꽤나 유명한 음식점이며 유명인들도 많이 방문을 했던 음식

juranus.tistory.com

 

막국수집에서 인제읍으로 가는 길은 내린천을 따라 만들어진 31번 국도를 타고 간다. 왼쪽으로 내린천이 보이고 래프팅 출발지점으로 보이는 곳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내린천은 인제 근처에서 소양강과 만난다. 얼마 가지 않아 인제 읍내가 나왔고 우리는 박인환 문학관 주차장에 도착했다. 인터넷으로 찾아 보아서 알고 있었듯이 인제산촌민속박물관과 박인환문학관은 바로 인접해 있고, 두 건물의 2층의 통로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올해 여름의 태양은 그 어느때 보다 강렬하다. 조금이라도 그늘이 있는 곳에 주차를 하고 박인환문학관으로 간다. 

만 여덟살 아들에게 양산을 씌어주는 엄마의 마음은 아빠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자식이 어려운 상황이나, 극복해 나가야 할 상황에 처했을 때, 어미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픈가 보다. 나는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다 아이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때 지원을 한다. 자식에게 너무 냉정한 것인가... 

 

나에게 무뚝뚝하셨던 나의 아버지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질 이유도 없었던 것이었고, 사사건건 잔소리를 늘어 놓으시는 어머니는, 그것들이 바다와 같은 사랑의 표현이었다는 것을 나이 오십이 다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박인환문학관_02

 

목마와 숙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少女)는 정원(庭園)의 초목(草木) 옆에서 자라고
문학(文學)이 죽고 인생(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作別)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未來)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木馬) 소리를 기억(記憶)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意識)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靑春)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雜誌)의 표지(表紙)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朴寅煥)· 1926~1956)의 「목마와 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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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안으로 들어갔다. 뜨거워진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이 내뿜는 열기에 '올해 여름은 날씨가 미쳤네'라고 중얼거리며 얼른 들어갔다. 살 것 같다. 모자가 앉아 있는 저 벤치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장착되어 있는 것인데, 아내는 연결을 해서 노래 한 곡을 틀었다. 잠시 후 우리는 문학관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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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입구는 현대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박인환시인의 동상과 벤치 조형물이 있었고 당연히 방문객들을 위한 포토존으로 좋은 아이디어이다. 나의 아들은 생전 처음 듣고 보는 박인환시인이었다. 요즘도 교과과정에서 우리의 학창 시절에 배웠던 현대문학에 대해 배우는지 모르겠다. 나의 아들이 자라면서 박인환 시인에 대해 접하게 되면 엄마 아빠와 함께 인제에 있는 문학관에 왔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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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에는 박인환시인이 서울에서 마리서사를 열어 운영을 하며, 당시의 문학가들과 즐겨 다녔던 장소들을 재현해 놓았다. 다방, 술집, 대포집 등. 그리고 그 앞에 그 장소들의 의미에 대해 설명을 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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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의 1층을 둘러보며 아내와 나는 옛날, 그러니까 우리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아주 오래된 전축, 레코드판(LP), 요즘 아이들은 모르는 카세트테이프를 비롯해서 과거에서 온 다양한 소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아들을 위해 박물관들을 찾아 다니고 있는데, 이번에도 나에게도 참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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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의 전시 공간은 그리 넓지는 않다. 그래도 그 작은 공간에 알차게 꾸며 놓았다. 1층을 다 둘러보고 나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막걸릿집 '은성'을 만들어 놓았는데, 탤런트 최불암 씨의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곳이라 한다. 지금껏 몰랐던 재미있고 신기한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는 박인환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나조차 접하지 못했던 잡지들도 전시되어 있었고, 박인환 시인의 일생에 대해 소개가 되어 있었다. 

학창 시절에 시험공부를 목적으로 접했던 우리나라 근대 문학가들에 대해 성인이 된 지금 다시 볼 여력이 있을까?

지금은 생계와 자식 뒷바라지, 노후 준비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는데...

그래도 10년 후에는 여유가 좀 생기지 않을까?

그 때가 되면 가을날 오후 따스한 햇살을 누리며 시집이나 소설을 읽는 여유를 가지고 싶다.

 

박인환문학관_27

박인환 문학관 2층마저 다 보고 나오면, 맞은편에 사진 전시가 되어 있다. 

나도 한 때는 사진을 찍으러 출사라는 것도 가고 했었는데...

멋진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고 감상하면 좋을 듯하다.

 

 

박인환문학관_28

 

2층에는 인제산촌민속박물관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다. 

이 통로를 따라 저 앞에 있는 문을 열면 민속박물관의 2층 전시관이 나온다. 민속박물관에 대한 포스팅은 곧 올릴 예정이다.

 

박인환문학관_29

지난 세 달 동안 박물관을 아들과 단 둘이 다녔었는데, 이번에는 아내도 함께 올 수 있었다. 역시 아내가 함께 하니 더 좋다.  


Epilog

박인환문학관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좋은 방문지라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그들 나름대로 추억을 되새길 수 있고, 아이들은 옛날의 서점, 다방, 막걸릿집, 여러 가지 소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인제를 지나시게 된다면 충분히 방문해 볼 만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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